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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모든 요일의 여행

by 이오구59 2019. 8. 11.

포스팅하면서 듣고 있는 노래를 첨부한다 - 모두가 이걸 들으면서 읽으면 좋겠다아


 

 

추천을 받아 글을 엄청 잘 쓰신다는 김민철 작가님을 알게되었다! 책을 잡자마자 맨 앞장의 지은이 소개를 펼쳤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엄연한 여자. 카피 한 줄 못외우지만 엄연한 카피라이터. ... 몇 초만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몇 달 동안 고민하는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소개글부터 반해 이 책 재밌겠다! 라고 생각하고 신나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좋은 구절은 메모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만 만들어지는 여행을 하고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찾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 장 '망원동 여행'을 읽고, 꼭 멀리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계획하지만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일상에 도착하기 위해 일상을 떠난다. 결국 너무 지겨워서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내가 사는 곳 역시 누군가의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말이기도 하다.

 

'왜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가.'
갑자기 문장은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햇살이 스며든다. 공기의 질감까지 부드러워진다. 심장 어딘가가 간질간질해진다. 오후 다섯 시의 그 하늘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한낮 차가운 와인을 마신 듯한 기분이 되기도 한다. 낯선 골목이 노래로 가득 차기도 하고, 낯선 얼굴이 두둥실 떠오르기도 한다. 유난히 작았던 숙소가 문득 다정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비바람에 고립되었던 그 아찔했던 순간은 인생의 모험으로 포장된다.

- 모든 요일의 여행, 프롤로그 중

 

"What's your favorite?"
겨우 이거냐고? 겨우 이거다. ...  수 많은 나라에서, 수 많은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써먹은 결과 한 번도 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마법의 주문처럼 이 질문을 하는 순간 모두가 진심이 되었다. 모두가 내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고심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앞으로 볼 일이 없는 사람들도 모두. 말 그대로 모두. 오로지 저 한마디 때문에.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건요?" 라는 이 평범한 한마디 때문에.

- 모든 요일의 여행, 마법의 질문을 가지는 여행 중

 

머뭇거리지 않게 애썼던 수많은 여행들을 떠올렸다.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다 알아버렸던 수많은 유적지를 떠올렸다. 눈먼 채로 돌아다녔던 수많은 도시들을 떠올렸다. 이제 막 도착했으면서 다 안다는 듯 굴었던 나를 떠올렸다.
처음 만나는 시간이었다. 처음 만나는 공간이었다.
더 머뭇거려야 했다. 더 아마추어가 되어야 했다. 더 오래 바라봐야 했다.
내가 되고 싶은 건 익숙한 관광객이 아니었으니까. 모든 게 처음인 여행자였으니까.

- 모든 요일의 여행, 달라진 나를 만나는 여행 중

 

...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없는 법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이 동네를 더 열심히 여행하는 것. 더 열심히 골목골목을 돌아보고, 더 열심히 그 변화를 기록하는 일. 이 동네가 좋아서 이 동네에 가게를 차리게 된 작은 가게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같이 이 변화가 조금만 더디길 빌며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일. 그렇게 매일 이 동네를 떠나 다시 이 동네로 돌아오며 이 동네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일. 망원동 여행자가 되는 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일 것이다.

그렇게 동네에서 가장 게으른 목련을 알게 되었다. 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한 은행나무를 알게 되었다. 4월에 모든 꽃들이 다 지고 나면 그제야 피어나는 이팝나무들도 알게 되었다. 한 할머니의 베란다 아래 길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다섯을 낳은 소식도 듣게 되었다. 망원시장에서 그때그때 장을 봐서 제철 음식을 내놓는 식당도 알게 되었다. 시시콜콜한 집안 이야기까지 다 풀어놓는 사장님 부부도 알게 되었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 같은 얼굴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매일 더 부지런한 동네 여행자가 되자고 마음을 먹는다.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니까. 멀리 여행을 떠나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은 결국 여행자의 마음가짐이니까. 그 마음가짐으로 내 고향을 여행해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내 고향은 망원동이니까. 내가 내 고향의 가장 충실한 여행자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 모든 요일의 여행, 망원동 여행 중

 

요즘 제일 재미있는 아이패드로도 끄적끄적! 

프로크리에이트 어플을 샀더니 그림 그리기 넘 재미있다. 모든 요일의 여행 다 읽고, 모든 요일의 기록도 사왔는데 얼른 읽어야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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